[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3)] '사자의 도시' 싱가포르와 한반도의 꿈

입력 2018-07-09 19:03  

‘사자의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국명은 14세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왕자가 이 섬에 상륙했을 때 낯선 동물을 보고 사자로 오인해 사자(산스크리트어로 Singa)의 도시(Pura)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주 인도를 방문한 뒤 올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인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역사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지 꼭 한 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아세안·인도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더불어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한·아세안 미래 공동체 구상’을 통해 대(對)아세안 정책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싱가포르 방문 때는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의 정책과 아울러 신남방정책의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실용적 균형외교 펼치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트럼프·김정은 회동으로 국제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0년간의 적대관계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란 점,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시 남짓 크기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국제무대에서 나름의 역할을 추구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5년 11월7일,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 지 66년 만에 최초로 양측 최고지도자인 시진핑·마잉주 회담이 열린 곳도 바로 싱가포르였다. 작은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평화가 필수적이라고 믿는 싱가포르는 지역의 안정과 협력 증진을 위해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적인 균형외교를 펼쳐왔다. 아세안,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등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회복력 있고 혁신적인 아세안의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경제, 스마트 시티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 교통, 물류, 교육의 허브로서 ‘지적 지도국(thought leader)’으로 평가되는 싱가포르와는 실질적인 협력의 여지가 많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아세안에도 중요한 안보 과제다.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릴 ARF는 북한에 또 다른 귀중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총 27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만큼 활발한 외교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비핵화 협의가 착실하게 진전되는 등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평화’란 의미의 센토사(Sentosa) 섬에서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회담 전날 밤, 김정은 위원장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전망대에 올라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 위원장이 그린 북한의 미래, 한반도의 꿈은 무엇일까. 1인당 국민소득 5만8000달러, 안정적인 체제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겸비한 강소국인 싱가포르 모델을 생각했을까. 1965년 말레이연방에서 축출되다시피해서 독립을 이룩한 싱가포르가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선진국가로 부상하기까지는 뼈를 깎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특히 과감한 외자유치 등 적극적인 개방정책의 결과, 7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는 글로벌 국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한반도 평화 위한 정교한 외교 필요

만약 문 대통령도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전망대에 올라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 한반도의 꿈을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져 더불어 잘사는 한·아세안 파트너십, 그리고 핵 없는 평화와 공동 번영의 한반도가 아닐까. 이런 우리의 꿈이 몽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기 위해선 냉철한 상황 판단, 북한과의 끈질긴 협의, 그리고 주변 4강을 비롯해 아세안 등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내는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다.

오는 11월 싱가포르에선 아세안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지도자들이 함께한다. 한반도의 꿈이 ‘사자의 도시’ 싱가포르에서 얼마나 진전된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김영선 <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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